[아름다운 우리말] 보람의 세계
‘보람’이라는 말은 발음도 좋고 의미도 좋아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단어입니다. 그래서인지 사람 이름에도 많이 쓰입니다. 우리말 중에서 인기가 높은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.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든지, 일의 보람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입니다. 삶에 보람이 있다는 말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가 됩니다. 살고 싶다는 말이 됩니다. 그런데 보람이라는 단어를 공부하면서 보람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, ‘보람’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‘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’라고 되어 있습니다. 이게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보람의 의미일 겁니다. 만족감, 자랑스러움, 자부심이라는 해석이 보람의 느낌을 잘 전달합니다.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에 기분이 좋습니다. 보람의 원래 의미를 사전에서는 ‘1. 약간 드러나 보이는 표적 2.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’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. 동사로는 ‘보람하다’가 있습니다. 의미는 ‘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두다’라는 뜻입니다. 보람의 원 의미는 표시하는 것에 있었던 것입니다. 비행기를 탈 때 짐에 ‘보람’을 해 놓아야 한다는 예문은 보람의 뜻을 쉽게 기억하게 합니다. 이런 표시 혹은 표적의 의미가 어떻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보람의 의미가 된 것일까요? 의미 추적을 위해서 일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.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표시가 나기 마련입니다. 부정적인 표시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좋은 결과나 기억해 두어야 하는 일을 표시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. 이렇게 표시할 수 있는 마음이 바로 보람이었을 겁니다.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고, 잊지 않고 싶은 마음이 보람인 것입니다. 보람은 아주 큰 경우도 있겠지만 원래 의미를 살펴본다면 약간 달라지는 것을 보람으로 본 것 같습니다.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 일의 보람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내 기억에 남을 만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보람인 것입니다. 너무 거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에는 보람 있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. 어쩌면 우리가 너무 보람을 무겁게 생각해서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.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만 눈치챌 수 있는 일도 많을 것입니다. 보람을 느끼는 것은 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보람을 찾는 과정도 중요합니다. 따라서 하루를 보람 있게 산다는 것은 어제와 달라진 나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. 달라진 내 모습은 그대로 보람이 됩니다. 약간 달라진 표적이 보람이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워진 자신을 꿈꾸고 이를 위해서 노력하면 좋겠습니다. 조금씩 달라지고, 그것을 기억하는 마음에서 보람이 생깁니다. 보람을 찾는 데 급할 필요도 없습니다. 어차피 조금씩 오랫동안 내 삶을 바꾸어 가면 됩니다. 오늘은 어떤 일에 표시하고 싶은가요? 어제와 달라진 어떤 나의 모습이 자랑스러운가요? 보람을 하면서, 보람을 기억하면서, 더욱 보람찬 생활을 하게 됩니다. 더 밝아집니다. 자신이 더 좋아집니다. 우리 모두 삶의 보람을 느끼는 오늘이 되기 바랍니다. 더 내 삶이 좋아지기 바랍니다. 조현용 /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보람 세계 보람이기 때문 의미 추적 사람 이름